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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조 보증' 역부족에 5대지주 구원등판…멈췄던 사업장 숨통

[건설경기 연착륙 총력]

◆'대주단협의체' 재가동…부동산 PF 자금불안 차단

신용보강 등 통해 만기연장…브리지론서 전환 지원도

상환금액은 우량 건설사·정상 사업장 선별해 재투입

대주단협약 땐 최대 3년 유예에 시설자금 여력 확보





5대 금융지주 산하 5대 시중은행이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을 막기 위한 구원투수로 등판하는 것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낸 만큼 실탄이 충분한 데다 자칫 국내 경기 전반의 침체로 이어질 경우 은행은 물론 지주사의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5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11월 레고랜드발 신용 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95조 원+α’의 지원책을 내놓으면서 시장 불안을 잠재우는 데 일조한 선례도 있다. 전문가들은 민관이 합심해 가용 자원을 모두 동원해 업권 간 위기가 전이되지 않도록 막아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18일 금융 당국 등에 따르면 우선 5대 금융지주는 녹록지 않은 대내외적 여건에도 최소 30조 원이 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를 회수하지 않고 추가 투자도 감행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이미 나간 PF 대출 가운데서 정상 사업장은 만기 연장이 필요할 경우 신용 보강 등을 통해 연장하고 사업장이 브리지론에서 본PF로 넘어갈 때 필요한 자금도 사업성을 평가해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각 지주사 부사장들은 전날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이 주재한 부동산 PF 점검 회의에 참석해 이 같은 내용의 지난해 부동산 PF 대출 잔액과 올해 부동산 PF 대출 공급(목표)액을 보고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금융지주별 부동산 PF 익스포저는 KB금융지주가 9조 5000억 원(총여신 대비 비중 2.2%)으로 가장 많다. 다음으로 신한금융지주(8조 9000억 원·2.3%), 하나금융지주(6조 2000억 원·1.7%), 우리금융지주(2조 5000억 원·0.7%) 순이다. 여기에 비상장사인 농협금융지주도 수조 원대의 부동산 PF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난해 말 기준 5대 금융지주 자회사의 부동산 PF 사업장별 연체율과 부실률 등을 자체 점검한 결과 그동안 쌓아놓은 충당금 등으로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금융지주라는 우산이 없는 증권사·캐피털사·저축은행 등 전업 비은행 금융기관은 부실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은행은 과거 PF 대출 부실 사태 이후 PF 대출에 소극적인 반면 비은행은 사업 다각화 및 수익성 제고 노력 등으로 PF 대출을 대폭 늘렸다”며 우려했다. 더군다나 뒤늦게 비은행 금융기관마저 부동산 PF 취급을 꺼리면서 만기가 도래한 정상 PF 사업장이나 우량 건설사까지 돈줄이 말라 흑자 도산할 리스크도 적지 않다는 게 한은의 지적이다. 실제 서울 한남동과 청담동의 하이엔드 주택 건설 현장마저 삽을 뜨지 못하고 무산될 위기에 처하는 등 상황이 심상치 않자 금융 당국이 적극 개입하는 쪽으로 선회할 수밖에 없었다.



금융 당국은 해마다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거두고 있는 5대 금융지주가 건설사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종용하고 있다.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수 있는데도 개별 금융기관의 리스크 관리를 위해 몸을 사릴 한가한 시기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금융 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최근 롯데그룹과 메리츠금융그룹이 조성한 1조 5000억 원 펀드와 같은 모범 사례를 공유하면서 좀 더 원활하게 자금이 돌 수 있도록 금융기관 본연의 역할에 충실히 할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5대 금융지주는 2008년 건설업 금융 지원 강화를 위해 마련된 대주단협의체(PF 포함)가 재가동되면 신규 자금 공급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한 지주사 부사장은 “가능한 한 만기는 재연장하고 상환된 돈은 우량 건설사나 정상 PF 사업장을 선별해 다시 투입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대주단협의체 심사를 거친 건설사나 PF 사업장에는 분담률에 따라 적정액을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이로써 대주단 협약을 체결한 건설사·사업장은 최대 3년의 상환을 유예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추가 운영·시설 자금 여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종의 ‘낙인 효과’ 트라우마가 있는 건설사, PF 사업장 입장에서는 대주단 협약 체결을 주저할 개연성이 높다. 강도 높은 자구 노력이 병행되는 만큼 건설사의 실질 사주 역시 대주단협의체 체제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간 깐깐한 PF 대출 심사를 해온 5대 은행들로서는 건전성이 다소 악화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대주단협의체 재가동이 공식화되기 전임에도 이미 운영 기관인 금융채권자조정위원회에 문의가 빗발치고 있는 등 금융권의 반응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금융채권자조정위 관계자는 “최근 한 저축은행 임원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한 선행 요건을 물어왔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모처럼 선제적인 구조 조정에 나서는 만큼 보다 속도를 높여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라고 주문했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금융 당국이 시장에만 맡긴다면 정상 PF 사업장까지 동반 부실에 빠질 위험이 크다는 내부 검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관련 대책이 준비되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시장의 심리적 안정에 기여할 수 있으므로 논의 과정을 더 투명하게 공개해도 좋을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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